• 최종편집 2024-05-17(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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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2호선을 타고 귀가하는 중에 지하철 내에 설치해 놓은 광고를 보고 깜짝 놀랐다. “흔들림 없이 의료개혁 완수하겠습니다라는 자막과 함께 대통령의 얼굴이 내 눈에 들어왔다. 순간적으로 조지오웰의 동물농장이 떠올랐다. 돼지가 입으로는 모든 동물들은 평등하고 두발로 걷는 인간들은 모두 우리의 적이라고 동물들을 선동하여 결국 인간들을 몰아내고 동물 공화국을 만들었다. 그리고는 네 다라는 좋고, 두 다리는 나쁘다라는 구호를 외치게 만들었다. 그렇게 동물 공화국이 만들어진 후 권력을 잡게 된 나폴레옹 돼지는 경호대를 조직하여 자신의 정책에 반대하는 동물들은 모두 처단하였다. “나폴레옹은 항상 옳다라는 격언도 만들었다. 그리고는 두목 돼지 나폴레옹은 자기의 욕심을 채우기 바빴다. 그는 자신의 욕심을 위하여 다시 인간과 함께 즐겁게 지낸다. 나중에는 돼지가 사람인지, 사람이 돼지인지 분간할 수 없는 것으로 소설은 끝이 난다.

 

DALL·E 2024-03-30 11.51.00 - A vivid illustration inspired by George Orwell's Animal Farm, showcasing a group of animals standing in solidarity in front of a rustic barn under a g.jpg
동물농장의 주제와 분위기를 반영한 그림을 챗GPT와 생성형AI로 완성했다.

 

 

수많은 시민들이 이용하는 대중교통에 정부의 의료 정책을 선전하는 것은 동물농장의 선전과 다를 바가 없다. 더군다나 정부가 홍보하고 있는 의료 개혁을 위한다는 의대 증원에 대해서는 의료 현장에 있는 의료인들이 이구동성으로 반대하는 정책이다. 의대 증원은 의료 개혁이 아니라 의료 개악이라고까지 이야기한다. 의료 현장과 동떨어지고 의료 개혁과는 무관한 의대 증원이라는 정책을 밀어붙이려니, 정부는 동물농장의 나폴레옹이 한 행동처럼 “나폴레옹은 항상 옳다라는 격언을 앞세워 동물들을 세뇌시키는 것이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러한 세뇌가 먹힌다는 것이다. 일상에 진리가 담겨있지만, 그 진리를 통찰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내 눈에는 지하철의 광고가 동물농장의 돼지 나폴레옹이 동물들을 세뇌시키는 것과 유사하게 보였지만, 그렇지 않게 보는 사람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어제는 친구들과 모임이 있었다. 친구들과의 대화에서도 현 정부의 의료 개혁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난 평소의 생각대로 의대 증원은 문제가 많은 정책이라고 이야기를 했다. 경상도, 60대 후반인 친구들의 정치적인 성향은 언급하지 않겠지만, 일부 친구들은 나를 비난했다. 하지만 나는 내 나름대로의 생각을 가장 쉬운 말로 친구들에게 전했다. 현 의료전달시스템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 문제를 의대 증원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고 이야기했다. 또한 정부가 이야기하는 응급실 뺑뺑이는 현 의료 숫가의 문제이지 의사 수의 문제는 아니라고도 이야기했다. 그리고 우리나라처럼 의료 접근성이 뛰어난 나라는 없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만약 의료 개혁을 한다는 것이 의료 개악으로 치닫는다면, 한번 엎질러진 물을 다시 담기는 너무 어려울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함께 전했다.

 

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충북대의 경우는 기존의 49명 정원에서 학생 수를 200명으로 늘린다고 한다. 일반인이 보기에도 그렇게 갑자기 늘어난 학생들 교육은 어떻게 시킬지 의문이다. 콩나물교실을 만들 생각일까? 인문학 수업이라면 그렇게도 교육을 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의대 수업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실험실 장비 구입 등 기타 필요한 것들이 많을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그런 것에 대한 지원책은 나 몰라라 하는 듯하다. 부실 교육이 걱정된다. 부실 교육은 그렇다고 해도, 그들이 의과대학을 졸업해서 모두 서울에 있는 유명 대학에서 인턴, 레지던트를 거쳐 서울에서 취업을 하면지방 의료공백을 메운다는 정부의 정책은 무용지물이 됨은 분명하다그런데도 정부는 네 다리는 좋고 두 다리는 나쁘다고 지하철까지 동원하면서 선전을 한다.

 

느닷없이 정부가 들고나온 의대 증원 문제로 조용하던 대학 병원의 의료 현장은 지금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레지던트들이 집단으로 사직서를 내고 병원을 떠난 것이다. 이러한 혼란은 대형병원에 국한된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레지던트가 일반 개원의에서 근무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레지던트가 떠남으로 인하여 가장 타격을 받은 곳은 외과이다. 수술환자가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수술 후 회복을 위해 입원한 환자는 교수들이 당직을 서면서 돌본다고 한다. 레지던트의 빈자리를 교수들이 채우고 있다. 한편에서는 노 교수가 당직서는 것이 안타까워 젊은 교수들은 수술을 하지 않는 경우도 생긴다고 한다. 딸이 근무하는 S병원에서는 병동에 입원한 환자보다 병동 간호사가 더 많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지금 당장 수술이 필요한 환자의 경우 이러한 상황에서 어떤 생각을 할까?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의료인이 파업을 하면 안 된다고 정부는 선전을 믿는다면 의료인들을 욕할 것이다. 그런데 그 내막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렇지도 않다. 레지던트들의 파업은 그들만을 위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건강권 전체를 놓고 정부가 휘두르는 무지막지한 부당한 권력에 저항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돌려서 생각해 보자. 국민의 생명을 다루는 건강권의 핵심인 의료 정책을 현장에 있는 의료인들과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인다면, 그러한 정부의 태도는 정당한가? 의료 개혁한다는 명목으로 의료 개혁과 무관한 의대 증원은 어디에 근거한 발상인가? 그들이 오히려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의료인들을 협박하는 꼴이 아닌가? “나폴레옹은 항상 옳다라는 돼지 나폴레옹이 운전하는 폭주 기관차는 아직도 달리고 있다. 기관차에 타고 있는 승객은 불안하기만 하다. 폭주 기관차는 멈추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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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판 동물농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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