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17(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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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두고 러시아를 배격하는 사람들 사이에 우크라이나에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제법 있다는 것에 놀라고 있다. 사실 러시아를 적대하고 나면 우리가 유라시아로 진출할 곳은 한정되어 있다. 게다가 러시아에서의 사업체를 우크라이나로 옮겨야 된다고 하고 자유 민주주의 국가끼리 소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러시아에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경동나비엔, 팔도, LG 전자, 각종 화장품 기업 등등이 진출해 있는데 이것들이 러시아를 포기하고 우크라이나로 건너와야 한다고 믿고 있어 경악스럽다. 그러나 우리는 러시아에 투자한 것이 꽤 된다. 지난 해 한러수교 30주년을 맞이해서 서로 간의 우호를 다졌고 2010년대 신(新) 북방정책을 통해 우리 기업의 대러시아 진출 활성화를 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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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파괴된 우크라이나 아브디예브카 시(市), 사진출처 : Atlantic Council, 야네즈 코파치(Janez Kopač) 기자

 

스마트폰의 경우 아이폰보다 갤럭시가 더 많이 팔리고 엔간한 가정집에서는 삼성이나 LG의 냉장고, TV, 전자레인지, 세탁기 등 가전제품을 가지고 있을 정도이다. 이런 것들 무시하고 우크라이나로 모든 것을 옮긴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갖가지 이유를 들어 우크라이나에 모든 것을 집중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자들이 있다. 

 

그것도 우크라이나를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자들, 이번 전쟁이 아니었으면 우크라이나에 관심도 없었을 자들이 전후 재건에 우리도 참여해야 한다고 목소리 높이며 러시아에 있는 우리 모든 기업과 자산들을 우크라이나로 이주해야 한다고 한다. 이번 전쟁이 아니었으면 우크라이나를 몰랐을 사람들에게 그 실체를 알려주고자 한다.


마셜 플랜(Marshall Plan),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전쟁으로 폐허가 된 서유럽 동맹국들을 중심으로, 유럽 자유 국가들의 재건과 경제적 번영을 위해 미국이 계획한 재건과 원조 기획이다. 1947년 트루먼 독트린이 발표되고 그 연장선상에서 당시 미국의 국무장관이었던 조지 C. 마셜이 제창했기 때문에 마셜 플랜이라 불린다.

 

당시 미국은 경제 협력 개발 기구에 가입한 유럽 국가들에게 유럽 부흥 계획에 따라 1947년 7월부터 4년(회계 연도 기준)간 총 133억 달러에 해당되는 경제적·기술적 지원을 해주었다. 이 금액은 2023년 현재 환율로 환산하면 무려 약 1,794억 달러(약 215.3조 원)에 해당되고 있다. 

 

참고로 마셜 플랜에 든 금액은 당시 미국 GDP(약 2500억 달러)의 약 5.3%에 육박하는 거액이었고 미국이 유럽의 자유 국가들을 살리기 위해 쏟아부은 자원은 마셜 플랜의 산정액조차도 초과하는 천문학적 금액인 것이다.


당연히 이런 미국의 천문학적인 지원을 받은 서유럽과 북유럽 국가들은 빠르게 재건되었고, 심지어 세계대전 이전보다도 훨씬 더 부유한 국가로 거듭날 수 있었다. 원조 계획이 끝난 후 모든 분야에서 서유럽과 북유럽의 산업은 크게 부흥했다. 유럽인들은 고속도로, 철도, 항만, 발전소, 공항, 전력망, 통신망과 같은 사회 인프라들을 미국의 경제적 지원과 기술 지원 아래에 재건했고, 더 나아가 크게 확장했다. 

 

그리고 그 후 오일 쇼크 이전까지 20년 동안 서유럽과 북유럽 국가들은 유례 없는 성장과 번영을 누렸다. 그런데 그것은 세계 대전 이전에 서유럽 국가들이 제국주의의 황금기가 지난지 얼마되지 않았고 그로 인한 산업적 기반과 당시의 부유함을 몸소 체득했던 사람들도 많았다. 

 

아무리 전쟁으로 파괴되었어도 강대했던 열강 시절의 기반을 고이 간직하고 있는 DNA들이 많았기에 그것을 토대로 마셜플랜과 같은 경제 부흥 계획이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는 다르다. 우선 서구 유럽이 갖고 있는 기본적인 토대가 전무하다. 서양이 열강노릇을 하며 다른 세계의 국가들을 식민지로 삼았을 때 우크라이나는 민족조차도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던 시기였다.

 

과거 키예프 루스 시절에는 매우 잘 나갔던 지역이었지만 몽골-타타르족, 칭기즈칸의 서방원정 때 짓밟힌 이후, 다시는 그와 같은 영화를 누리지 못했고 기타 폴란드, 헝가리, 불가리아 제국보다 훨씬 낙후되었던 지역이었다. 이후, 오스만투르크나 러시아 로마노프 제국의 지배를 받았고 소련 시대에 이르러 산업화를 진척시키려 했지만 여전히 우크라이나 지역의 경제 주축 기반은 농업이었다.

 

겨우 돈바스 지역에 공업화를 진척시키긴 했지만 석탄이나 철광석, 보크사이트, 구리, 주석, 니켈, 텅스텐 등의 광물들을 뽑아내는데는 한계가 있었고 생각보다 자원 생산량이 많지 않았다. 지표적으로 광물들의 종류들은 다양했지만 풍부하지 못했던 것이다.


석유와 천연가스 등이 있지만 석유의 경우, 정제 기술도 부족한데다, 정유로 정제할 곳도 마땅치 않아 오히려 소련 본토에서 수급받고 있었던 곳이다. 그러한 점은 현재 우크라이나도 마찬가지였다. 원유 정제 기술과 장소도 마땅치 않았고 천연가스의 생산량도 부족했기에 러시아의 천연가스에 의존했던 것이다. 

 

게다가 서부 우크라이나, 중부, 남부 지역의 중공업화는 더욱 한심했다. 지방 재정이 열악해 공장 시설이나 설비 자체 6~70년대의 소련제가 아직도 돌아가고 있으며 수명 자체가 한계를 초과한 설비들도 정말 많았다. 공장 내, 외부가 녹슬고 황폐화된 것처럼 방치되어 있는 곳도 많았다. 

 

모터의 힘이 약해 전력을 제대로 받지 못하면 여러 사람들의 노동력으로 땜빵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심지어 어떤 낙후된 도시는 4~50년대 만들어진 기계가 여러 보수 끝에 지금까지 힘겹게 끌고 오고 있는 것도 있다. 이런 것들은 우크라이나의 산업현장을 직접 가보면 알 수 있는 것들이다.


첨단화 된 것들은 별로 없고 도로조차 오래되어 제대로 보수조차 안 된 아스팔트들이 많아 노면 상태가 죄다 갈라져 있다. 그렇게 패인 곳은 왠만한 차량이 속도 내기도 힘들다. 우크라이나 지방도로는 패인 길바닥 때문에 차량 탑승자들은 수없이 천장에 머리를 부딪치며 운전해야 했다. 

 

그런 나라에 마셜플랜은 불가능하다. 그 마셜플랜도 어느 정도 기본이 되야 가능한 현실이다. 산업화가 6~70년대 소련을 벗어나지 못한 우크라이나가 산업화의 기본이 되어 있는 서유럽가 같다고 생각하는가? 전쟁 전에 우크라이나의 1인당 GDP가 3,000불이 겨우 넘었다. 우크라이나는 1991년에 독립했는데 전쟁 전인 2020년까지 약 30년 가까이 1인당 GDP가 오른게 겨우 3,000불 수준이다.

 

반면 1945년 종전 후, 30년 째인 1975년만 해도 서유럽의 1인당 GDP는 평균 15,000불 정도를 상회했다. 마셜플랜을 얻어 끌어올린게 겨우 그 정도인데 30년 동안 고작 3,000불의 우크라이나가 전후 마셜플랜을 한다고 1인당 GDP가 10,000불을 넘어설 것으로 보이는가?


우크라이나가 그렇게 되려면 모든 기반 시설들을 서유럽이나 미국, 한국, 일본이 달려들어 모두 뜯어 고쳐주어야 한다. 어차피 우크라이나는 원조한다고 믿을게 못 된다. 1994년 부다페스트 협정 때, 핵무기 포기하고 그 댓가로 미국과 서방의 경제 원조를 받았어도 그 많은 돈은 우크라이나 경제 재건을 위해 쓰이지 않았다. 

 

그 돈이 어디로 갔겠는가? 우크라이나 정치인들의 비자금과 착복으로 빠져나갔고 그게 우크라이나가 여태까지 1인당 GDP가 3,000불인 이유인 것이다. 그리고 세부적으로 본다면 우크라이나 전국의 각 도시당 평균 GDP는 겨우 1,000불을 웃돌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 상황을 서구나 나토 국가들이 모르지는 않기에 직접 돈으로 원조하기 보다는 직접 그 땅에서 기존 인프라를 모두 갈아 엎고 새로 만들어줘야 하는 것이다. 그러니 이 돈 자체가 천문학적 규모인 것이다.


현재 유럽이나 미국, 모두 극심한 인플레 때문에 경제 위기를 겪고 있고 그 상황에서 전비로 우크라이나에 막대하게 퍼주고 있다. 특히 미국은 여태까지 480억 7천만 달러 (한화 약 63~4조)를 우크라이나에 퍼줬다. 그런 상황에서 마셜플랜으로 더 퍼줄 돈이 남아있던가? 

 

게다가 우크라이나는 이 전쟁으로 인해 막대한 부채를 지고 있다. 그 부채 또한 막대해서 우크라이나는 향후에도 갚을 능력이 없다. 그 부채를 빌려준 모든 국가들이 인심 써준 셈치고 탕감해주지 않은 한, 돌려받는 것은 요원한 일이다. 그러나 그 돈을 탕감하개 된다면 아마 서유럽이나 미국에서 시민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고 온갖 시위와 폭동으로 몸살을 겪으며 사회 자체가 붕괴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니 마셜플랜,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같은 허무맹랑한 소리에 귀 기울이면 안 된다. 달콤한 소설은 상상 속에서나 즐기는 것이 마음에 편할 것이고 그런 상상은 자유이나 실제로 행하는 것은 매우 무모하다는 것을 알려드리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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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후 우크라이나에 마셜플랜(Marshall Plan), 상상 속의 소설은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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