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18(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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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3년 여간 이어지고 있는 팬데믹과 봉쇄 조치 등으로 인해 유럽 경제 시장 또한 봉쇄되어진지 3년 차가 되어가고 있지만 조금씩 팬데믹에서 벗어나고 있는 추세에 있다. 광범위한 감염과 더불어 적극적인 백신 보급에 힘입어 면역력을 지닌 인구의 비율이 높아진 이유로 인해 확산이 억제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기 때문이다. 

 

WHO에서는 유럽에서 올해 3월까지 전체 인구의 60%가 오미크론 변이에 감염되고 연말에 코로나19가 재유행해도 팬데믹 수준은 아닐 것으로 내다보고 있는 실정이다. 슬슬 팬데믹에서 벗어나려고 할 때 유럽에는 또 다른 악재가 이어지고 있다. 바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중심으로 러시아와 나토의 국제적인 힘겨루기에 나서고 있다. 

 

이와 같은 "흑해 위기"는 전 유럽의 에너지 경제와도 직결되고 있는 분위기에다가 터키의 경제 위기까지 도미노로 쏟아져 유럽은 사상 유래 없는 물가 폭등으로 가고 있다. 특히 유럽 각 국에서 전해오는 유가와 가스비, 그리고 전기세는 폭등 수준으로 오르고 있고 이제는 세금 내라는 통지서를 받는 것도 손이 떨린다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살인적인 오름새로 고공 행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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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European Political Strategy Center (with additions on the original map regarding the proposed TurkStream line 2) 출처 : ELIAMEP, https://www.eliamep.gr/en/publication/%CF%81%CF%89%CF%83%CE%B9%CE%BA%CE%BF%CE%AF-%CE%B1%CE%B3%CF%89%CE%B3%CE%BF%CE%AF-%CF%86%CF%85%CF%83%CE%B9%CE%BA%CE%BF%CF%8D-%CE%B1%CE%B5%CF%81%CE%AF%CE%BF%CF%85-%CE%BA%CE%B1%CE%B9-%CE%B5%CE%BD%CE%B5/

 

 

유럽 전체 경제에 영향을 주는 것은 터키의 리라화 폭락으로 인한 내수 경제 악화현상이다. 터키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 전망에 대한 위험을 제거하고 수요 둔화로 인한 물가상승률을 저하시키는 디스인플레이션(Disinflation) 과정을 회복하기 위해 투명하고 강력한 통화 긴축정책을 펼치기로 결정했다. 

 

터키 중앙은행은 11월 11.25%였던 기준금리를 단계적으로 인하해 지난 12월 8.25%까지 내렸다. 이후 한 달간 계속 동결한 뒤 올해 1월부터는 다시 저금리로 돌아서기 시작했다. 터키 정부는 자국 통화인 리라화의 급락을 막기 위한 조치로 비트코인 거래소를 폐쇄시키고 경영진을 구속하는 등 초강경 조치를 발표했다. 

 

터키 투자자들이 일제히 비트코인 투자에 나서면서 리라화가 폭락하고 물가가 급등하니 가상화폐 거래를 불법으로 간주하고 터키 정부가 강경조치에 나선 것이다. 우구르 나미크 쿠쿠크 전 중앙은행 부총재는 경제성장을 위해 대출 금리를 낮추라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요구에 불복하여 기준금리를 1%포인트 인하하기로 한 지난달 은행의 결정에 반대했었고 에르도안은 쿠쿠크를 중앙은행 부총재를 해임했다. 

 

결과적으로 모든 시민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식료품비는 연간 43.8% 상승했으며, 교통비는 53.66% 급등했다. 터키는 만성적인 고물가에 시달려왔으나, 최근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하가 물가 상승을 부채질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리면 시중 통화량이 증가해 물가가 오르고, 외국환 대비 자국 화폐의 가치는 하락하게 된다.


이러한 터키의 심각한 인플레이션과 경제의 파탄은 터키와 이웃해 있는 모든 유럽 국가에게도 악영향을 미쳤다. 터키가 흔들리니 전 유럽이 같이 흔들리게 되는 것이다. 주가가 폭락하고 갑작스러운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물가가 폭등했으며 특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중심으로 일어난 나토와의 군사적 긴장감 및 흑해 위기로 인해 에너지 자원의 가격은 천정부치로 뛰어올랐다.

 

유럽은 대개 자체적인 에너지 자원의 45%를 러시아와 중앙아시아 일대에 의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마저도 위기를 겪으면 유럽 내의 에너지 대란을 각오해야 하는 부분이다. 이러한 러시아에 대해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대체에너지와 신(新) 재생 에너지 등의 개발 등에 올인하고 있지만 이 또한 체제를 갖추려면 10년에서 최대 수십년까지 각오해야 한다. 

 

다수의 유럽 국가들의 군대로 구성되어 있는 나토군과 나토 자체가 러시아에 선제 공격을 하지 못하고 전쟁을 쉽게 수행하려 하지 않는 이유 또한 유럽 내의 에너지 대란으로 인한 각국 내부의 피해도 함께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편 미국 상원 산하 국방위원회는 2019년 12월 러시아의 가스관 건설 사업에 제재를 가할 수 있게 2020년 예산을 편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미국은 노르드스트림2의 건설을 반대하여 독일의 에너지 수급을 압박하고 있다. 미국은 노르드스트림2가 완공되면 유럽 내에서의 러시아 영향력은 절대적으로 변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전 미국 국무부 장관은 러시아의 천연가스관 사업이 단순한 상업적인 프로젝트가 아닌 유럽 자체의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정치적인 의도가 있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러시아와 시베리아로부터 이어지는 에너지에 대한 유럽의 의존도를 높이게 하려는 크레믈린의 악의적인 수법이자 유럽의 안보마저 위협할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노르드스트림2가 유럽을 대상으로 한 푸틴의 정치전략적인 악의적 거래라며 트럼프 행정부가 도입한 제재를 재검토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와 같은 미국의 압박에는 자국의 천연가스를 유럽에 판매하려는 의도가 담겨있다. 뉴욕타임스는 2020년 4월 28일 기사로 “미국은 LNG (액화천연가스)를 유럽에 수출하고 싶어 한다”고 전했기 때문이다. 


더불어 블룸버그 통신은 2020년 6월 30일자로 “올해는 코로나19 상황으로 대서양 횡단 LNG의 경제성은 더욱 나빠졌다”고 분석했기에 유럽은 러시아에 전격으로 의지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유럽은 노르드스트림2와 투르크스트림 건설로 인해 선박으로 옮겨지는 미국산 셰일 가스보다 저렴하고 환경적이며 품질이 좋은 러시아산 천연가스에 대한 수입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산 천연가스를 선택하지 않는 이유는 러시아산보다 매우 비싼데다가 품질 또한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영향력이 유럽에서 커지길 경계하는 미국이 러시아와 러시아산 가스를 구매하는 나라들을 무리하게 제재해서라도 자국의 가스를 유럽에 팔려고 하는 이유 또한 러시아를 견제하고 유럽 내에서 영향력 확대와 경제적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서인 것이다. 

 

따라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독일에 주둔한 미군을 감축하고 나토 탈퇴를 검토하겠다는 협박을 한 것도 러시아에 대한 견제와 더불어 자국 생산품을 강매하여 주둔 비용을 대체하려는 속셈으로 추측하고 있다. 존 볼턴도 자신의 회고록에서 트럼프가 나토 회원국에 노르드스트림2 건설을 계속 지지하면 나토에서 탈퇴하겠다고 협박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헝가리, 세르비아 등은 국가 경제가 여러모로 어려운 상태에 놓여 있기 때문에 미국 측이 가격을 내리지 않는 이상 국가들 경제 형편상 비교적 저렴한 러시아산 가스를 구입할 수 밖에 없다. 더불어 미국이 자국산 가스에 대한 가격 인하를 할리 만무하다. 이와 달리 폴란드와 우크라이나 등은 미국의 이와 같은 반(反) 러시아 결정에 동참했다. 

 

폴란드는 2019년 9월 F-35 스텔스 전투기 구매 계획과 함께 미국산 LNG 도입량을 늘리겠다고 밝히면서 폴란드 경제 형편에 맞지 않은 선택을 하고 있지만 이는 러시아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위한 폴란드가 할 수 있는 최상의 방법일지도 모른다.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러시아의 가스관 사업을 “새로운 하이브리드 무기”라고 비난하기까지 했다. 

 

반대로 우크라이나는 나토에 가입하는 것과는 별개로 러시아로부터 석유와 가스 수입에 의존해야 한다. 우크라이나는 1인당 GDP가 3,700불에 불과한 유럽의 빈국(貧國) 수준이라 미국산 가스를 살 수 있는 여력 자체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의 세일 가스 강매와 더불어 러시아산 가스 도입 및 가스관 설치에 대한 제재 협박은 유럽의 에너지 경제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게다가 "흑해 위기"로 인한 가스관의 위협은 에너지 가격의 폭등을 제어하지 못하고 있다. 


올 겨울 유럽은 가스와 전기 가격 급등으로 이미 에너지 위기를 겪고 있으며 러시아의 정치, 외교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생각한 유럽은 한참 비싼 가격으로 미국과 카타르 등지에서 울며겨자먹기로 가스를 수입하고 있다. 현재 천연가스는 1년 전의 약 5배 가격에 거래되고 있으며 최고점을 찍은 지난해 말에 비해서는 절반 정도 낮아진 가격이지만 미국보다는 7배가량 비싼 수준이다. 

 

높은 가스값은 전기료를 올리고 소비자를 위협하면서 비료공장이나 금속제련소와 같이 에너지가 상당 부분 필요한 일부 공장을 임시 가동 중단으로 내몰게 된다. 한편 러시아는 가스 수출량을 줄이고 국영 가스 회사인 가스프롬이 보유한 유럽 가스 시설 저장 수준을 최저로 유지하고 있다. 

 

한 겨울 유럽의 에너지 불안을 가중시켜 흑해 위기에 대해 러시아를 압박하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로도 해석되고 있다. 러시아가 유럽에 수출하는 가스의 3분의 1이 우크라이나를 통과하기 때문에 에너지 자원을 두고 둘러싼 흑해 위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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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산 가스관과 흔들리는 유럽의 에너지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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