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2026-05-21 02:10 (목) 05.21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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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R 선박 2035년 상용화 추진, 한국 ‘해운 패권’ 승부수

SMR 선박 2035년 상용화 추진, 한국 ‘해운 패권’ 승부수

바다 위 원전 경쟁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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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가운데)이 29일 원자력연구원에서 열린 'SMR 선박 기업 간담회'에서 용융염원자로(MSR) 선박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탄소 규제가 해운 산업의 구조를 뒤흔드는 가운데 소형모듈원전(SMR)을 동력으로 활용하는 차세대 선박 개발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정부는 2035년까지 SMR 선박 건조에 착수하겠다는 목표를 내걸고 조선·원자력·연구기관이 결합한 민관 협력 체계를 구축하며 시장 선점에 나섰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조선 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SMR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라며 상용화 지원의 뜻을 밝혔다.

이에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HD한국조선해양 등 주요 조선사와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참여하는 ‘민관 합동 SMR 선박 추진단’도 구성됐다.

이 같은 움직임의 배경에는 국제 규제 변화가 있다. 국제해사기구(IMO)는 2050년 넷제로 달성을 목표로 2028년 탄소세 도입과 2035년까지 배출량 대폭 감축을 추진하고 있다.

기존 화석연료 기반 선박은 이러한 기준을 충족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SMR 선박은 장기간 연료 보급 없이 운항할 수 있고 탄소 배출 없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중국이 이미 2035년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 역시 속도를 높이며 기술과 산업 경쟁이 동시에 전개되는 양상이다.

SMR 선박은 단순한 친환경 기술을 넘어 조선·에너지·규제 체계가 결합한 차세대 산업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왜 SMR 선박인가-탄소 규제가 만든 ‘게임 체인저’

해운 산업의 구조 변화-탄소에서 시작된 전환

전 세계 해운 산업은 지금 구조적 전환의 한복판에 서 있다. 기존 선박은 중유와 같은 화석연료를 태워 동력을 얻는 방식이었지만, 기후 변화 대응이 본격화되면서 이러한 구조는 더 이상 유지되기 어려워지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MO)는 2050년까지 해운 분야에서 탄소 순배출 ‘0’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으며 이를 위해 2028년부터 탄소세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2035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2008년 대비 대폭 감축하겠다는 구체적 목표도 설정했다. 이 같은 규제는 단순한 환경 정책을 넘어 산업 구조를 바꾸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연료비뿐 아니라 탄소 배출권 비용까지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서 기존 화석연료 기반 선박은 경제성 자체가 급격히 악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SMR을 설명하는 ㅅ바화이다.(일러스트=박경식 작가)
SMR을 설명하는 ㅅ바화이다.(일러스트=박경식 작가)

기존 대안의 한계-LNG·수소를 넘어선 선택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대안으로 LNG, 암모니아, 수소 등이 제시해 왔지만 각각 명확한 한계를 지닌다.

LNG는 탄소 배출을 줄일 수는 있지만 완전히 없애지는 못하며 수소와 암모니아는 저장과 운송, 인프라 구축 측면에서 아직 상용화까지 넘어야 할 장벽이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목받는 것이 소형모듈원전 기반 선박이다. SMR은 원자력을 이용해 열을 발생시키고 이를 통해 증기를 만들어 선박을 움직이는 구조로 운항 과정에서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다.

특히 한 번 연료를 장전하면 20년 이상 운항이 가능하다는 점이 해운 산업에서 결정적인 장점으로 평가된다. 연료 보급을 위한 항구 의존도를 줄일 수 있고 장거리 운항에서 비용 구조 자체를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국 로이드선급협회는 원자력 추진 선박이 연간 1,000억 원 규모의 비용 절감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이는 연료비 절감뿐 아니라 탄소 배출권 비용까지 포함한 수치로 경제성과 환경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대안으로 평가된다.

결국 SMR 선박은 단순한 기술 혁신이 아니라 탄소 규제, 연료 비용, 운항 효율 등 이 세 가지 요소가 동시에 작용하며 등장한 ‘필연적 선택’에 가깝다.

기술과 산업-원자로를 배에 싣는다는 것의 의미

선박 위의 원자로-MSR이 주목받는 이유

SMR 선박의 핵심은 원자로를 바다 위에 올리는 것이다. 단순히 기존 원전을 축소해 탑재하는 개념이 아니라 선박 환경에 맞게 완전히 다른 설계가 요구된다.

이 과정에서 가장 유력한 방식으로 거론되는 것이 용융염원자로(MSR)다. MSR은 핵연료를 고온에서 녹여 액체 상태로 순환시키는 구조를 갖는다.

고체 연료를 사용하는 기존 원자로보다 온도와 압력 조건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며 사고 발생 시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점에서 선박용으로 적합한 기술로 평가된다.

국내에서는 한국원자력연구원과 삼성중공업이 공동으로 선박용 SMR 모델 ‘마리나’를 개발 중이다. 이 모델은 1만 5,000TEU급 컨테이너선 하단에 MSR 2기를 탑재하는 구조로 설계되고 있다.

조선과 원자력의 결합-새로운 산업 생태계

원자로를 선박에 탑재하는 것은 단순한 기술 결합이 아니라 산업 구조 자체의 재편이다. 선박 하부에 원자로를 안정적으로 설치하기 위해서는 선체 구조부터 내부 배치, 안전 설계까지 전면적인 재설계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조선 기술과 원자력 기술이 동시에 요구된다. 한화오션, HD한국조선해양 등 주요 조선사와 연구기관이 함께 참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부 역시 ‘민관 합동 SMR 선박 추진단’을 구성해 연구개발과 설계, 인허가까지 통합적으로 추진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이는 단순 프로젝트가 아니라 차세대 조선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또한 개발 속도를 높이기 위해 인공지능 기술도 활용되고 있다. 가상 원자로 플랫폼을 통해 설계와 검증 과정을 단축하고 인허가 단계에서 필요한 시간도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기존 원전 개발에서 수십 년이 걸리던 과정을 단축하기 위한 시도다. 결국 SMR 선박 개발은 원자로 설계 기술, 조선 공학, 디지털 기술 등이 결합한 복합 산업 프로젝트로 볼 수 있다.

이미지 삽화이다.(일러스트=박경식 작가)
이미지 삽화이다.(일러스트=박경식 작가)

글로벌 경쟁과 규제-‘바다 위 원전’의 패권은 누구에게 가나

한국 vs 중국-2035년을 둘러싼 속도 경쟁

SMR 선박 개발은 이미 국가 간 경쟁 국면에 진입했다. 특히 중국은 2035년 상용화를 목표로 ‘용융염원자로(MSR) 기반 선박’ 개발을 국가 전략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에 맞서 한국 역시 같은 시점을 목표로 설정하며 속도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상황이다.

한국 정부는 2029년까지 기본 설계를 완료하고, 2032년까지 선박 종합 설계를 마친 뒤 2035년 건조에 착수한다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이는 기술 개발뿐 아니라 국제 규제와 인증 절차까지 동시에 고려한 일정이다.

업계에서는 “조선 산업에서 세계 1위를 유지해 온 한국이지만, 원자력 기반 선박에서는 선도자가 아직 없는 상황”이라며 “이번 경쟁은 선점 효과가 매우 큰 시장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결국 이번 경쟁은 단순한 기술 개발이 아니라 누가 먼저 표준을 만들고 시장을 선점하느냐의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국제 규제의 벽-기술보다 어려운 ‘법과 안전’

SMR 선박 상용화의 가장 큰 변수는 기술이 아니라 규제다. 국제해사기구(IMO)는 2026년부터 원자력 추진선 관련 규정을 재정비하는 작업에 착수했으며 현재 안전 기준과 운항 규칙을 새롭게 만드는 단계에 있다.

원자력 선박은 핵연료를 싣고 이동한다는 특성상, 일반 선박과는 완전히 다른 수준의 안전 기준과 국제 협약이 요구된다. 사고 발생 시 책임 문제, 항만 입항 규정, 방사능 관리 기준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또한 각국의 정치적 판단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일부 국가는 원자력 선박의 자국 입항을 제한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상용화 이후에도 시장 확대를 가로막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SMR 선박 경쟁은 기술 경쟁이 아니라 규제와 표준을 선점하는 경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조선의 미래인가, 또 하나의 원전 논쟁인가

SMR 선박은 단순한 친환경 기술을 넘어 해운 산업의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분야다.

탄소 규제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장기간 연료 보급 없이 운항할 수 있고 탄소 배출이 없는 선박은 산업적으로도 매력적인 대안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동시에 해결해야 할 과제도 분명하다. 기술적 안정성, 국제 규제, 그리고 원자력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까지 SMR 선박은 단순한 산업 프로젝트를 넘어 정치·사회적 논쟁을 동반하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국제해사기구의 규제 정비와 한국과 중국의 경쟁 구도가 맞물리면서 향후 10년은 SMR 선박의 운명을 결정짓는 시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질문은 하나로 수렴된다. SMR 선박은 조선 산업의 새로운 표준이 될 것인가? 아니면 또 하나의 논쟁적 기술로 남을 것인가?

그 답은 기술이 아니라 규제와 선택, 그리고 시장의 판단 속에서 결정될 것이다.

바다 위 원전 경쟁-기술을 넘어 ‘표준’을 누가 쥐는가

SMR 선박은 단순한 차세대 선박 기술이 아니다. 탄소 규제가 강화되는 해운 산업에서 생존을 좌우할 핵심 대안이자, 조선과 원자력 산업이 결합한 새로운 산업 패러다임의 출발점이다.

한국은 조선 기술과 원자력 역량이라는 두 축을 동시에 갖춘 몇 안 되는 국가로 민관 협력을 통해 상용화 시점을 앞당기며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중국이 같은 시점을 목표로 속도를 높이고 있고 국제 규제 정비 역시 병행되면서 기술 개발만으로는 우위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승부를 가르는 것은 단순한 기술 완성도가 아니라 누가 먼저 국제 기준을 만들고 시장 구조를 주도하느냐에 달려 있다.

SMR 선박은 설계와 건조의 문제가 아니라 안전 기준과 운항 규칙, 그리고 글로벌 수용성을 포함한 ‘표준 경쟁’의 영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제 해운 산업의 변화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탄소 규제가 현실이 된 순간, 기존 선박은 점차 경쟁력을 잃게 될 가능성이 높다. SMR 선박은 그 공백을 메울 가장 유력한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결국 바다 위에서 벌어지는 이 경쟁은 단순한 친환경 전환이 아니라 미래 해운 산업의 주도권을 누가 쥘 것인가를 결정하는 싸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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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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